정동영, 존 베이너 전 미국 하원의장 면담

 

존 베이너 전 미국 하원의장, 한반도 무력충돌 가능성 일축
중국과 러시아도 한반도 아수라장 되는 것 원치 않아

 

정동영 의원은 2017년 9월 21일 존 베이너 전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한반도 무력충돌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도 한반도가 아수라장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동영 의원은 2005년 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대화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생존의 길이라 여기는 북한의 입장을 소개했습니다. 정동영 의원은 또 9″번의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안에는 9.19 공동성명을 통해 합의한 북핵 포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 내용이 들어 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북미 수교를 협상카드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음은 존 베이너 전 미국 하원의장과의 면담 주요 내용입니다.

 

 

존 베이너 전 미국 하원의장
정동영, 정병국, 조배숙, 김두관 의원 간담회 면담록

 

정동영 의원 : 오신 김에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연일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북한을 totally destroy(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까지 했는데 이러한 발언이 적절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존 베이너 전 미국 하원의장 : 저라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웃음) 현재 미국 대통령은 일반적 미국식 사고방식을 갖지 않은 특이한 대통령입니다.

우리 모두가 북한이 문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미국에서는 지난 30년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와 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미국의 노력이 별다른 효과가 없었으니 이제는 다른 주체들이 색다른 해결책을 내는 편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예컨대 중국이 역할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정동영 의원 : 한국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3가지 원칙에는 모두 동의합니다. 첫째, No Nukes(핵무기 금지) / 둘째, No War(전쟁 금지) / 셋째, 평화적 해결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존 베이너 전 미국 하원의장 : 핵무기 금지와 전쟁 금지라는 두 가지 원칙은 공감합니다만, 평화적 해결에는 솔직히 의구심이 듭니다. 3가지 기본 원칙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심은 잘 알겠습니다만, 다른 원칙도 있으실 것이라 봅니다.

많은 이들이 중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저는 중국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됩니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은 원한다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배숙 의원 : 한국에서 제일 심각한 문제는 단연 북핵문제입니다. 평화적 해결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말씀하셨는데, 아마 미국은 북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반도에서 만약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바로 전쟁에 노출됩니다. 이는 모든 한국 국민들에게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종래에는 북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것이 제 희망입니다.

물론 그런 단계로 가기까지는 강력한 발언이 오가는 등 어려운 과정이 있겠지만, 결국에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 하원의장님께서는 무력충돌이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존 베이너 전 미국 하원의장무력충돌은 없을 것입니다. 단, (두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평화는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데, 북한은 이에 전혀 협조적이지 않습니다.

지난 30년간 북한은 단 한 번도 약속을 지킨 적이 없습니다.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한반도는 완전히 아수라장(total chaos)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국은 물론 중국 등 다른 당사국들도 원치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김정은을 물러나게 하고 북한에 그를 대신할 평화적 정권을 세우는 것입니다.

중국이 원하는 바는 대체적으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첫째, 한반도에서의 혼란을 원치 않습니다. 둘째, 미국의 한반도 주재를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 북한의 질서를 원합니다.

대한민국 다음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가장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당사자가 중국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는 있지만, 저는 이미 정계에서 은퇴했고 아무런 힘이 없다는 사실은 의원님들도 잘 아실 것입니다. (웃음)

 

 

정동영 의원 : 미국에서 여전히 상당히 영향력이 있으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웃음)

주지하시다시피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부터 최근 6차 핵실험까지 10년 간 6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이 기간 중 가장 최근에 채택된 결의 제2375호까지 유엔안전보장이사회(UNSC)는 9번에 걸쳐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제재만으로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증명한 것입니다.

그런데 북핵문제 해법이 바로 이 결의안 속에 있습니다. 결의 제2375호에도 포함된 해법으로, 2005년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북한 핵 포기와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정상화가 합의되어 있습니다.

 

존 베이너 전 미국 하원의장 : 흥미롭습니다. 다만 문제는 그러한 결의안은 매우 이성적인데 반해 이를 통해 다루려는 북한의 지도자는 매우 비이성적인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유엔이 아무리 그와 같은 결의안을 채택한다고 해도 북한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에 대해서도 유엔 결의안이 채택되었지만, 이들이 미동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전쟁이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위험요소는 김정은입니다. 김정은이 전쟁을 하기로 결심하면, 전쟁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김정은은 심리상태가 매우 이상한 비이성적인 인물임을 의원님도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두관 의원 : 저희가 판단하기에는 김정은이 미국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북한의 체제가 보장된다면 평화협정 등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북한에 각종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북한이 미동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북한에 이러한 제재가 전혀 영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김정은은 체제를 보장받는 유일한 방법이 핵 개발이라고 생각해서 지금과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존 베이너 전 미국 하원의장 : 저는 김정은이 체제보장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에 자신이 얼마나 강력한 최고지도자인지 알리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김정은이 핵기술을 수출한다면, 이는 김정은을 더 강력한 지도자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말씀드려도 되는 사항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전 세계 그 어떤 국가도 북한이 핵수출을 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는 미국뿐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도 원치 않을뿐더러, 중국이나 러시아는 오히려 미국보다 더 이 문제를 크게 주시하고 있습니다.

몇 주 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한 신문사설을 읽었습니다. 트럼프의 입장을 설명한 이 사설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 입장에 대해서만큼은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지금은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를 고립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태평양 지역 내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할 시기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정동영 의원 :  전 하원의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이 핵무기를 수출할 경우 이에 대해 엄중한 조치가 가해질 수 있다는 움직임이 있음을 저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저는 2005년에 특사로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과 5시간 가까이 북핵문제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당시 대화를 통해 김정일의 keen interest(깊은 관심)가 워싱턴에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워싱턴에서 김정일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모든 관심이 워싱턴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이 발언을 한 날짜와 wording(표현)을 모두 적어두는 등 워싱턴에서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다음으로 두 번째 인상은 김정일이 미국에 대해 굉장히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김정은의 모든 동선을 주시하고 있으며 언제라도 김정은을 공격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워싱턴과의 관계 정상화만이 유일한 생존의 길이라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존 베이너 전 미국 하원의장 : 그 말을 믿으십니까?

 

정동영 의원 : 제가 평양 방문 이후에 워싱턴을 방문해서 딕 체니 당시 부통령을 만났었는데, 그 때 제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평양에 특사로 파견되어 김정일과 나눈 이야기를 부통령께 전했을 때, 부통령이 제게 똑같은 질문을 제게 하셨습니다.

“Do you believe him?” 이에 대한 제 대답은 핵심은 그 말을 믿는지, 믿지 않는지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핵심은 김정일이 한 말을 종합해서 이를 행동으로 옮기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엔 미국이 북한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북핵문제가 대두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워싱턴을 방문한 이후 3개월 뒤 2005년 9월 19일에 북경에서 6자회담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통해 북핵 포기와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유엔안보리 결의 제2375호를 포함한 모든 제제 결의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협상카드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 카드가 바로 북미 수교입니다. 북미관계 정상화에는 비용도 들지 않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존 베이너 전 미국 하원의장 : 흥미롭습니다.

 

정동영 의원 : 오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존 베이너 전 미국 하원의장 : 오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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